2008년 04월 09일
무엇이 당신을 차갑게 하는가
어제 지방에 있는 동생한테 올라오라고 했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다. 동생은 투표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투표를 해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희망이... 없다고 했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할 말이 없어서 눈만 내리깔았다. 가슴이 답답해 한숨만 내쉬었다.
너희를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냐. 왜 그 짙푸른 나이에 절망과 체념에 사로잡혀야 하는 것이냐.
위로할 수도 꾸짖을 수도 없었다. 나 또한 절망과 체념의 바다 한 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이므로.
농담처럼 말했다. "투표도 시험봐서 합격한 사람만 할 수 있게 할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한테만 투표권을 주는 거지. 투표자격증이라고나 할까. 고득점자한테 세금감면, 취직시 가산점, 군면제 혜택을 준다고 하면 꽤나 열심히 시험에 달려들걸? 선거권 시험 응시료만 갖고도 국가재정 피겠다. 정치에 관심은 있는데 시험칠 정도로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언제 정치가 그런 사람들 형편 봐준 적 있었어?"
그리고 술을 마셨다. 마시고 또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이 변할까. 숙취와 자조만이 남을 뿐이다.
어젯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생은 관심있는 당의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선거유인물을 살펴보고 그랬다. 형이 하라고 해서 하는 거라 투덜거리며, 나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같이 투표를 했다.
내가 한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표를 받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 희망이 점점 너르고 커져, 언젠가 흘러 넘치기를 바란다. 그 언젠가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 by | 2008/04/09 17:14 | 하루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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